“만주 지역의 산 골짝 골짝마다 북한에서 온 형제와 자매들이 숨어 사는 움막이 있었습니다. 땅을 파거나 나무를 엮어서 만든 움막은 방 한 칸이 공간의 전부였고 그곳에 어른, 아이, 남자, 여자 다 같이 자야만 했습니다. 주일이면 산줄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그들과 함께 예배했습니다. 그들 중에 한 형제 자매가 눈이 맞아서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를 낳기 전에 산속에서 결혼식을 올려 주었습니다.”
일꾼은 분홍색 한복을 입고 산속에서 결혼식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결혼한 형제가 북한에 있는 자기 집과 처가에다 식량을 비롯해서 꼭 필요한 물품들을 갖다 주었는데 절벽을 타고 넘어갔어요. 식량을 넣은 큰 배낭에 북한어 꼬맹이 성경 40권씩을 넣었지요. 절벽에 밧줄을 매달아서 내리고 그걸 타고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 왔다갔다 하면서 생필품과 성경을 배달했어요. 그렇게 오가면서 성경을 배달하고 어려운 가족에게는 구제 물품과 돈도 같이 보냈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니까 형제가 자기 고향에 가서 전도하고 교회를 개척하겠다고 했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다며 서둘러 북으로 돌아갔어요.”
일꾼에게 북한으로 돌아간 그 형제 자매와 지금도 연락이 오가느냐고 물었더니 아이가 많이 컸고, 잘 지낸다는 소식이 가끔 온다고 들려주었다.